평행이론 (Parallel Life)
2010년/ 한국/ 110분/ 미스터리, 스릴러
감독: 권호영
출연: 지진희, 이종혁, 윤세아, 박병은, 하정우
개봉일: 2010.02.18.목 (15세 관람가)

★★★★★☆ (5.5/10) 


 최근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속에 핵심소재로 등장하는 "평행우주론(平行宇宙論, Parallel Worlds, 또는 다중우주론)"은 또 다른 내가 살고있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가정이다. 반면 이와 유사한 어감의 '평행이론(Parallel Life)'은 서로 '다른 시대'의 사람이 일정한 시간 차이를 두고 동일한 운명을 반복한다는 이론으로 전혀 다른 의미다. 심취한 이론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대략 100년 정도를 주기로 이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널리 알려진 대로 미국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과 '존 F. 케네디(1917~1963)', 유럽정복의 야심가 '나폴레옹 1세(1769~1821)'와 '아돌프 히틀러(1889~1945)'의 삶은 우연이라 하기엔 신기할 정도로 많은 부분이 중첩된다. 이런 비교가 가능한 대상은 어쩔 수 없이 역사에 족적을 남긴 유명인들에게 국한 될 수밖에 없으므로, 대부분 드러나지 않은 삶은 사는 무수한 존재들의 경우를 비교한다면 더 많은 경우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 어쨌거나 평행우주가 물리학의 범주 안에서 나름 진지한 대접을 받는 반면, 평행이론은 도시괴담이나 가쉽 정도로 무시당하고 있다는 점도 두 이론의 두드러진 차이다.

 최연소 부장판사 임명이란 명예를 거머쥔 '김석현(지진희 扮)'은 일과 사생활에 있어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완벽한 삶을 살고있다. 하지만 어느 날 미모의 아내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그가 움켜쥐었던 행복과 명성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하고 만다. 더구나 뒤틀리기 시작한 인생이 30년 전 비극적 말로를 맞이했던 한 법조인과 같은 모양새로 치닫고 있음은 그에게 더욱 큰 의문과 충격을 던져준다. 과거의 기록대로라면 보름 후 자신과 딸마저 죽음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석현은 의문의 살인범과, 그보다 더 무서운 운명의 수레바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다.

 영화 <평행이론>은 최근 스릴러 영화들의 경향과 마찬가지로 장르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TV드라마와 영화의 스타일에 기댄 흔적이 역력하다. 일단 나름대로 역동적인 화면과 빠른 편집의 테크닉이 눈을 사로잡는데, 외양에 있어서는 요즘 관객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킨다 할만하다. 그러나 본격적인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적잖은 오류와 의문들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애초 쉽지 않았을 소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냄과 동시에, 긴장의 고조에 사활이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닐 극 전체를 느슨하게 만드는 치명적 단점이 되고 만다. 말미에 이르러서야 나름 창의적 노력과 재능이 집약된 괜찮은 상황과 반전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기도 하지만, 이 또한 여전히 불균질한 쾌감일뿐더러, 영화를 전체를 구제하기엔 너무 때늦은 지점이다. 의외로 기존 상업영화들이 선택하는 통념을 빗겨난 용감한(?) 결말 역시 관객에게는 적잖은 오해와 이견을 파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신화나 전설, 초자연적 이슈들이 변함 없이 현대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첨단문명이란 이름의 연금술이 나날이 각박하고 숨가쁜 생존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경이롭고 때로는 어이없기도 한 이런 일상의 환타지는 효과적인 유연제로써 우리의 뻑뻑하게 굳어버린 숨골을 풀어주고, 영화가 이 같은 소재들에 더욱 민감히 촉각을 곤두세운 채 어떻게든 관객들을 현혹할만한 볼거리로 가공해내려 발버둥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영화 <평행이론> 역시 그 시작이 작심한 소재주의였음은 자명하지만 이제 우매한 상업주의 자체가 비난받는 시대는 아니다. 이 작품이 범한 결정적 과오는 그 얄팍한 태생적 한계를 훌쩍 넘어서는 성과에 미치지 못했다는 냉정한 결과일 뿐이다. 제작사의 자체평가를 통해 기대작 1위에 등극했던 시나리오가 정작 촬영을 마치고도 장장 만 1년여의 공백기를 두고서야 개봉하게 된 내막은 아마 이 같은 아쉬움을 뒷받침하는 사정일 것이다.



예고편
 


Posted by 다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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